최근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6번에 걸쳐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가 되기를 기대하며 진행한 특강에서 받은 질문들은 10년 전 대학 특강에서 받았던 질문들과 결이 많이 달랐다. 과거에는 자신의 커리어 선택과 자기개발에 대한 질문들이 주였다면, 이런 특강을 통해 받는 질문에는 새로운 유형의 질문들이 많아졌다. “내가 관심이 있는 특정 사회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 전공과 관심 분야에서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의 주력이 될 미래세대로부터 전달되는 달라지는 질문들, 새롭게 등장하는 질문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떠한 모습이 될지를 예측하게 하는 멋진 ‘떡밥’들이다.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떡밥’은 후속작에서 사용되는 복선이기도 하고, 다음에 전개될 어떠한 상황을 암시하는 복선이기도 하다. 영화를 즐기는 분들은 ‘떡밥을 회수한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암시되거나 예측되었던 어떤 상황이 실제로 진행될 때를 의미한다.
거의 10년 전 잊을 수 없는 ‘떡밥’을 나는 몇 년 전부터 회수하는 경험을 했다. 소셜벤처라는 단어가 아주 좁게만 사용되었고, 대다수가 이러한 단어의 의미조차 정의하기 어려웠던 2014년. 지금은 작고하신 한국 벤처업계의 대부 이민화 교수님과 짧지만 강렬한 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 앞으로의 흐름을 짚고 통찰력이 있기로 유명하신 이민화 교수님은 대뜸 내게 “김 대표, 앞으로 10년 후에는 소셜벤처에서 ‘소셜’이라는 단어는 빼고 그냥 ‘벤처’라고 할 거에요. 모든 벤처가 다 임팩트를 지향해야지 생존할 텐데, 그게 소셜벤처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되잖아요.” 당시는 믿기 어려웠던 ‘떡밥’이지만 이제 일반 기업들도 ESG라는 관점을 통해 지속가능성에는 재무적 요소와 비재무적 요소가 통합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며, 이 ‘떡밥이 회수되는 것’을 놀랍게 지켜본다.
칼럼에서 종종 언급했던 파타고니아는 지난 9월 14일, 기업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상상력을 다시 한번 갱신하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약 4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 지분을 비영리 환경단체에 양도하며 “우리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Earth is our only shareholder)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 동안 기업의 주주(shareholder)는 응당 창업자를 비롯해, 그 비전에 공감하는 투자자 그리고 해당 기업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진 파트너 개인들과 기관들에 국한되었다. 이제까지 존재했던 기업의 주주의 범위에 파타고니아는 ‘지구’(earth)라는 ‘주주’를 처음으로 추가했다. 파타고니아의 이러한 담대한 ‘떡밥’은 앞으로 누구에게 영향을 전달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놀랍게 ‘떡밥’을 회수하게 될까?
1711년, 겸재 정선은 <단발령망금강도>를 통해 실경산수화의 진수를 선보인바 있다. 금강산이란 이상향을 단발령이란 곳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걸작인데, 금강산은 여전히 실제와는 다른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97년, 화가 정수영 역시 절경을 화폭에 담으려 금강산을 방문했다. 아쉽게도 금강산은 구름에 덥혀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때를 정수영은 “마침 금강산에 올랐을 때 구름과 안개가 자욱해 일만이천봉을 볼 수 없었다”고 기록한다. 하지만 1799년, 정수영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도전에 나선다. 이상적인 금강산이 아니라, 구름과 안개에 보이지 않는 실제 금강산 모습을 화폭에 그린 것이다. 그렇게 나온 정수영의 <금강전도>는 금강산 봉우리가 나오지 않는 최초의 금강산 그림으로서 ‘실경산수화’를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
처음의 시도가 어색하지,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 임팩트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필자를 이를 ‘임팩트 시대가 왔다’라는 렌즈를 통해 소개해왔다. 비즈니스란,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사회환경적 가치도 함께 창출해야 ‘실경’(진짜) 비즈니스라는 것임을 다양한 ‘떡밥’들을 소개하며 살펴보았다. 2023년을 비롯해 앞으로의 미래는 이러한 떡밥들이 더욱 흥미롭게 회수될 시대가 될 것이다. 오랜 시간 칼럼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과 그 ‘떡밥’들을 함께 회수하고 싶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